수학여행을 따라오게 되면서 인간실격을 읽고있다.
수학여행 간다고 일부러 빌려온건 아니고 며칠을 가방안에 있다가 방금 발견된거다.
장시간 이동의 심심함을 달래줄까 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책은 읽을수록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했고
그건 꽤나 빽빽한 일정의 수학여행덕에 눈밑에 자리잡은 다크서클만큼이나 어둡고 깊어졌다.
책 표지에 있는 에곤실레가 너 정말 읽을거야?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때 미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읽다만 책은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의자를 뒤로 젖힌다.
노곤함이 몰려온다.
구렁텅이든 다크서클이든 어둡고 컴컴한 공간에 들어가 하염없이 자고싶지만, 열평남짓 버스안은 아비규환이다.
여느 수학여행온 버스들처럼 '조용히하자'란 말은 누구의 귀에도 내려앉지 못한채 버스안을 방황하다 분해되었다.
내려앉는다 한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반대쪽 귀로 흘러나오겠지.
주머니에 얼기설기 꼬여있는 이어폰을 대충 풀어 귓구멍에 우겨넣고 노래를 듣는다.
산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이 점점 느려진다.
2015.10.21.